앞으로 일반 가정에서 전기도 인터넷처럼 서비스 사업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한국전력이 독점해 온 전기 판매시장을 민간기업에도 개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진행해 온 '전력산업 구조 정책방향'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모습. 한전은 그동안 독점해온 전기 판매시장에서 앞으로 민간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KDI는 전력 시장의 경쟁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 기업도 가정에 전기를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 민간 기업이 한국전력의 송배전망을 이용해 일반 가정과 건물, 사업장에 전기를 판매하는 것. 대신 기업은 한전에 송배전망 이용료를 지불한다. 이렇게 되면 가정에서는 가장 싼 가격에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미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에 통신사업자들의 참여가 활발하다"며 "통신비와 전기요금을 묶는 통합 상품으로 전기료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미국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전력 판매시장이 경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보통 주(州)마다 2~3개의 민간 사업자가 전기를 판매한다. 유럽은 프랑스의 전기회사가 영국에 전기를 판매할 정도로 완전 경쟁시장이다. 이번 연구 용역을 진행한 이수일 KDI 박사는 "일본도 10개의 전기 사업자가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면 가격이 떨어지고,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앞으로 통신상품과 전기를 묶어 함께 판매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4년 이후 민간기업의 전력 판매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연구용역에서 한전과 5개 발전 자회사(중부·동서·서부·남동·남부 화력발전) 통합문제와 관련해 KDI는 '통합 대신 독립성 강화'를 제시했다. 5개 발전회사는 100% 한전의 자회사로 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한전은 이 전기를 전선을 통해 가정과 기업에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한전은 그동안 연료비를 낮추기 위해서는 유연탄 등 연료를 대량 구매할 필요가 있다며, 발전 자회사와의 통합을 주장해 왔다. KDI는 발전 자회사를 독립 공기업 등의 형태로 한전에서 독립시켜 경쟁을 강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분석했다.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통합 여부에 대해서는 통합하는 방안과 현 체제에서 해외사업기능을 조정하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KDI는 "통합할 경우 원전수출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으로 인해 한수원 본사를 예정대로 경주로 이전하지 못하면, 본사 이전을 전제로 추진해 온 방폐장 건설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경부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9일 공청회를 열고 9월 이전에 최종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청회는 '한전과 한수원 통합'을 반대하는 경주시민들의 항의로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