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품성 이미 인정 ‘특급 중 특급’
백마는 이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한국 화훼 산업의 신무기다. 국산 품종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이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일본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보호품종으로 정해지지 않기 때문에 마음대로 재배하고 수출할 수 있다. 고유의 품종이므로 말레이시아나 중국, 베트남 등과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품종을 수출하지 않는 한 우리만 재배할 수 있다. 로열티는 현재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사실 로열티라고 할 수도 없다. 민간기업이 아닌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품종
이어서 수수료 차원의 로열티만 내면 되는 것이다.
관건은 국산 품종의 어드밴티지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시장이 이 품종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백마의 잠재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일단 보기에 좋다. 우수한 꽃의 기본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1송이당 약 300장이나 되는 꽃잎이 만개하면 그 크기가 국그릇만해진다. 대국 중 대국이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생육이 뛰어나다. 건강하다는 얘기다. 절화(折花) 상태에서 다른 품종보다 오래 갈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워낙 건강해서 뿌리를 잃고서도 30일 이상 고운 꽃을 피울 수 있다. 생육이 뛰어나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경쟁력이 된다. 생물 상품 경쟁력의 핵심 중 하나인 ‘신선함’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으므로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길다. 절화 후 며칠은 지나야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수출 상품으로서 이는 엄청난 자산이다.
개화 시기도 절묘하다. 백마의 자연개화 시기는 8~9월이다. 가을이 돼서야 개화하는 다른 품종에 비해 이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시점이 일본 국화 시장의 최성수기라는 사실이다. 국화 소비가 많은 오봉절이나 히간절이 이 무렵에 있다. 최대 성수기에 가장 아름답게 피는 국화인 것이다.
백마의 상품성은 이미 일본 현지에서 인정받은 상태다. ‘특급’의 상품 등급을 받고 있다. 백마를 개발한 임진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사는 “일본의 화훼 등급 기준은 꽃의 크기와 전체의 균형미, 잎 크기의 균일성, 무게와 길이 등으로 정해진다”며 “무게는 꽃의 건강미를 체크하는 기준으로 1주당 100g이면 특급에 속하는데 백마는 120g에 이를 정도여서 특급 중 특급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실제로 백마의 일본 수출은 매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2007년 1만2652달러에서 2008년 75만9394달러로 불어났고 지난해에는 그 갑절이 넘는 2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수출이 증가하면서 백마 재배 면적도 증가세다. 2007년 16.7ha에서 지난해 35.6ha로 두 배 이상 늘어났고 올해는 60ha까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간 1억 본·시장 점유율 10% 목표
수출이 불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2007년 농가 보급 이전, 일본의 도쿄국제꽃박람회에 출품하자마자 500만달러의 수입의향서를 받으며 일찌감치 상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량이 의외로 적다. 품종이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충분히 보급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초기인 만큼 재배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것도 수출 확대에 저해 요인이었다. 수출할 수 있는 최상급의 백마가 충분치 않았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보급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났지만 백마 재배 면적은 전체 국화 재배 면적(720ha)의 5%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임 연구사는 큰 꿈을 꾼다. 연간 10억 본인 일본 대국 시장의 10%를 백마가 점유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만큼 상품 경쟁력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1억 본은 단순히 시장 점유율 10%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백마가 최상급 상품인 만큼 1억 본은 일본 대국 시장의 최상급 시장을 장악한다는 뜻입니다. 최상급 시장을 장악하면 그 파급효과는 시장 전체에 번질 것입니다. 그럴 힘이 백마에게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Mini Interview
임진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사
“백마의 업그레이드는 계속 됩니다”
“백마처럼 늠름하고 기상이 넘치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이름 붙였죠.”
임진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사는 백마의 ‘엄마’다. 그의 손에서 백마가 태어났다. 2001년 품종 개량 작업에 착수한 이래 제 시간에 퇴근한 적이 없었다. 이르면 밤 11시가 그의 퇴근시간이었고 연구실에서 아침을 맞은 날도 부지기수였다. 그 와중에 건강도 해쳤지만 멈추지 않았다. 매년 20만 입을 교배하고 이를 추리고 추리는 작업은 집착에 가까운 열정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
“몰입해야 합니다. 교배엔 왕도가 없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자의 느낌입니다. 이것과 저것을 더하면 좋은 품종이 되겠다는 느낌이 와야 합니다. 이를 느끼려면 집중해야 합니다. 일을 하다 보면 욕심이 나서 밤을 새우는 날도 적잖았죠.”
백마가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국화이긴 하지만 임 연구사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개량을 통해 보다 우수한 품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급한 게 측지를 감소시키는 것이다. 측지는 곁가지를 가리키는데 상품가치를 높이려면 측지를 제거해야 한다. 생육이 좋은 백마는 측지가 많은 편이어서 농가의 애로점이다. 임 연구사의 당면 과제는 측지는 없으면서 생육은 좋은 ‘모순’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백마의 ‘산업화’도 임 연구사의 소망이다. 마치 공산품처럼 규격화된 백마를 대량으로 생산해 농업이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농업도 산업화돼야 합니다. 규격화된 상품을 만들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죠. 물론 생물이다 보니 쉽지는 않죠. 그를 위해 작으나마 기여하는 것이 제 미션이라고 생각합니다.”
Mini Interview
국종갑 헤븐FC 사장
“대단지 조성해 일본 시장 장악해야죠”
전라북도 전주시에 소재한 헤븐FC는 백마의 보급을 맡고 있는 회사다. 백마의 발근묘를 농가에 보급하고 재배 컨설팅도 제공한다. 국종갑 헤븐FC 사장은 백마의 보급과 수출 확대를 거의 숙명처럼 여기고 있다. 백마를 처음 본 순간 ‘물건’임을 직감했다는 국 사장은 일본 대국 시장의 10%를 장악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를 현실화할 수 있는 ‘계획’이 있다고 강조한다. 99만 평방미터(30만 평) 규모의 수출용 재배단지를 조성하면 하루 30만 본씩 연간 1억 본을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농가 단위로 소량 생산하면 수출하기 어렵습니다. 일본 바이어들이 한 번에 보통 몇 십만 본씩 주문하는데 이는 농가 단위로 해결할 수 있는 양이 아닙니다. 안정적으로 물량을 대지 못하니 꽃은 탐이 나도 정작 수출은 잘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가격도 잘 받지 못합니다. 물량 공급이 안정적이면 일본 바이어들은 30%가량의 프리미엄을 얹어주는데 이를 받지 못하는 거죠.”
대형 재배단지는 안정적인 물량 공급과 이를 통한 가격 효과, 체계적인 생산에 의한 원가 절감 등을 통해 백마의 경제적 잠재력을 100%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라고 국 사장은 말한다. 소규모의 수출상들에게 백마의 유통을 맡기면 백마의 이미지가 추락할 수도 있다. 이들이 백마의 ‘특급’ 이미지에 누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 사장의 대단지 구상은 이런 점도 염두에 둔 것이다.
“대단지는 부가가치와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더 많이 투자해 최상급의 상품을 만들고 현재 65~70% 수준인 상품화율도 95%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