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용 생쥐 한 마리가 1억원?"

실험용 생쥐가 말 그대로 '금값'보다 비싼 시대가 왔다. 무게가 25g밖에 되지 않는 생쥐의 가격이 1억원까지 나가는 경우도 있다. 같은 무게의 금값은 115만원 정도이니, 금보다 100배가량 비싼 것이다. 이는 생명과학기술(BT)의 발전과 함께 실험에 이용하는 쥐에도 첨단 기술이 접목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과거 일반 실험용 생쥐는 주로 약의 안전성 시험에 활용됐으며 가격은 최저 1만원 정도로 저렴했다. 특정 약의 실험을 위해 사육한 특수 혈통의 생쥐라고 해도 최대 1백만원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인간에게 일어나는 질병의 원인을 유전자 수준에서 찾는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유전자 변형 생쥐'가 등장해 가격이 수천만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생명과학 발전을 위한 '생쥐 전문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생명기술(BT) 연구에 필수

2007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유전자 변형 생쥐'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올리버 스미시스(Smithies) 교수 등 3인이 수상했다. 그만큼 생쥐는 최근 생명과학연구의 최첨단 화두로 떠올랐다. 같은 해 네이처(Nature)와 사이언스(Science), 셀(Cell) 등 유명 과학전문지에 게재된 논문의 21.5%는 유전자 변형 생쥐로 실험한 결과였다.

카이스트 제공
생쥐가 이처럼 유전자 관련 생명과학 실험에서 각광을 받는 것은 유전자가 인간과 99%가량 비슷하기 때문이다. 유전자를 변형하면 인간과 비슷한 반응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또 생쥐는 1년에 최대 4세대까지 자손을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실험 결과를 다른 동물에 비해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유전자 변형 생쥐가 활용되는 분야는 주로 신약개발 분야. 생쥐의 유전자를 조작해 특정 질환이 발병되도록 하고, 약을 투여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인체의 비밀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때도 유전자 변형 생쥐가 자주 활용된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국가과학자 1호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 박사팀이 인간 연구에 생쥐를 이용하는 대표적 연구팀이다. 신 박사팀은 생쥐의 유전자를 하나씩 제거해보는 방식으로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A 유전자를 없애면 기억력이 좋아지는지 확인하고, B 유전자를 없애면 통증이 줄어드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신 박사 연구팀은 유전자 변형 생쥐를 이용해 지난 7년간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68편을 발표했다.

유전자 어떻게 제거하나

유전자 변형 생쥐에 대한 수요는 이렇게 늘고 있지만 공급은 달리는 편이다. 생쥐의 유전자 변형 기술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전자 변형 생쥐를 전문용어로 '녹아웃(Knock-out) 생쥐'라고 한다.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발현되지 않도록 했다는 뜻이다. 바로 이 '녹아웃' 과정이 복잡하다.

예를 들어 A 유전자가 제거된 생쥐를 만들려면 먼저 생쥐의 배아줄기세포에 A 유전자와 닮은 가짜 유전자를 넣어 유전자를 바꿔치기한다. 그리고 이 배아줄기세포를 어미 생쥐의 몸 안에 넣어 새끼를 낳게 한다. 그러면 새끼 생쥐는 A 유전자가 없는 세포를 갖고 태어나게 된다. 물론 이 새끼 생쥐에는 정상 세포가 아직 남아 있다. 이 새끼 생쥐들을 다시 반복 교배시키면 결국 나중에는 A 유전자가 완전히 제거된 녹아웃 생쥐가 나온다. 서정선 서울대 의대 교수는 "최근 기술이 발달했지만 그래도 녹아웃 생쥐를 만드는 데 1년은 걸린다"고 말했다.

생쥐 값이 금값

유전자 변형 생쥐는 만드는 과정만 복잡한 게 아니다. 실험용으로 사용할 것이므로 미생물에 오염되거나 빛·소음 등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곤란하다. KIST의 경우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제시하는 환경 조건을 갖춘 사육 시설에서 유전자 변형 생쥐를 사육한다. 이 때문에 유전자 변형 생쥐의 거래 가격은 한 마리에 수천만원이 보통이다. 국내에서는 바이오 기업 마크로젠이 유전자 변형 생쥐를 길러 판매한다. 최근에는 사육과정에서 특정 유전자가 사라지는 '후천적 유전자 변형 생쥐'가 등장했는데 보통 1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유전자 변형 생쥐는 잘 쓰기만 하면 '몸값'은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서 교수는 "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기능을 알 수 없었던 p53 유전자의 경우 한 과학자가 3년이 걸려 녹아웃 생쥐를 만들었는데 이후 관련 연구가 급속도로 진전됐다"고 말했다. 이 과학자는 녹아웃 생쥐만으로도 큰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이런 중요성 때문에 생쥐에 대한 연구개발을 확대할 방침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앞으로 6년 동안 유전자 변형 생쥐의 생산과 분석 기술 개발에 210억원을 투자한다고 18일 밝혔다.

박항식 교과부 기초연구정책관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유전자 변형 생쥐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각 실험실에 흩어져 있는 연구 역량을 모아 생쥐 연구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