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씨가 성실하게 아이들을 가르치자 어느 날 이양이 질문을 던졌다. "벌집은 왜 육각형이죠? 원으로 만들면 더 들어가기 쉬울 텐데…." 최씨는 "육각형 구조는 공간의 낭비를 줄이고 더 튼튼하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최씨는 함수의 X·Y축을 '서울→인천' '서울→부산' 열차로 설명하는 식으로 쉽게 풀어주며 수학에 흥미를 갖게 했다. 이양은 점점 수학에 관심을 붙였고 성적도 차츰 올랐다. 중학교 3학년 기말고사 때 30명 중 12등을 했다. 최씨 충고에 따라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서먹하던 어머니와 관계도 좋아졌고 친구도 생겼다. "웹 디자이너가 돼 불우 노인을 돕는 봉사를 하고 싶다"는 인생의 꿈도 키우고 있다.
이양이 3년 동안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최씨는 "봉사가 기쁜 일이라는 걸 실감했다"고 했다. 최씨가 사람을 바꾸는 봉사를 시작한 것은 10년 전 가출을 반복하던 고3 학생을 상담하면서부터였다. 1979년 교직에 몸담은 뒤 학생주임·생활지도부장을 오래 맡았던 최씨는 한 달 넘게 그 학생과 대화를 나눴다. 그 학생도 마음을 고쳐먹고 공부를 해서 전문대에 들어갔다. 그 학생은 몇년 뒤 호텔에 취직했다며 찾아와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저 같은 사람들을 도와주세요"라고 했다.
2002년 최씨는 경기도 일산 장애인·치매노인시설에 가서 레크리에이션 봉사를 했다. 문제아로 찍힌 학생들도 데려갔다. 학생들은 봉사를 한 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최씨는 서울보호관찰소도 찾아가 비행 청소년들에게도 진로 상담을 했다. 최씨가 상담으로 인생의 길을 바꾼 학생이 21명이나 된다. 이런 최씨를 본 가족들도 재능을 나누는 봉사에 동참하고 있다. 미술 강사인 부인은 사회복지시설에서 미술 치료를 하고 태국어과 박사과정에 있는 딸도 태국 근로자들에게 무료 통역봉사를 한다.
최씨는 "제가 할 수 있는 수학 과외나 상담도 봉사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100명 중 단 1명이라도 저를 통해 삶이 변화한다면 그것만큼 보람된 일도 없다"고 했다.
주최: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사랑의 열매, 조선일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