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납치 다룬 '포스 카인드'실제 영상·녹음 주장하지만
영화 속 사건·증거 조작 드러나 "마케팅 과잉이 낳은 사기극"
영화 마케팅이 도를 넘어 '거짓말 마케팅'으로 치닫고 있다. 창작된 허구를 실제 다큐멘터리인 척 위장하는 수준을 넘어 '충격 실화'를 주장하며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 거짓말 마케팅을 위해 허구의 인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가짜 신문기사와 가짜 통계까지 만들어낸다.유니버설픽쳐스가 제작한 미국 영화 '포스 카인드(The Fourth Kind·25일 개봉)'는 지난 2000년 미국 알래스카의 작은 마을 놈(Nome)에서 벌어진 외계인 납치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실화다', '외계인 납치 실제 영상' 같은 광고 문구를 단 이 다큐멘터리는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허구로 밝혀졌다. 미국발 '사기 사건'은 국내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국내 수입사와 홍보사는 아직도 "영화 속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 영화‘포스 카인드’에서 실제 촬영한 영상이라고 주장하는 최면치료 환자의 공중부양 장면.
그러나 알래스카 지역 신문들의 취재결과 이 모든 것은 가짜로 밝혀졌다. 우선 영화의 핵심인 애비게일 타일러란 심리학자가 알래스카에 없다. 알래스카 심리학협회의 데니스 딜러드 회장은 "애비게일 타일러란 이름이나 그가 운영한다는 '알래스카 정신치료 저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 ▲ 영화에 등장하는 알래스카 마을 놈(Nome·사진 위)과 실제 놈의 모습(사진 아래).
이 영화의 미국 마케팅이 시작된 작년 9월만 해도 인터넷 사이트 '알래스카 정신치료 저널'이 있었으나 현재 폐쇄된 상태다. 현지 신문에 따르면 이 웹사이트는 작년 8월 개설됐다. 당시 인터넷에선 알래스카 지역 신문인 '놈 너깃(The Nome Nugget)'의 낸시 맥과이어 기자가 타일러 박사의 연구에 대해 쓴 기사도 검색됐으나 맥과이어 기자는 "그 기사는 완전히 창작됐으며 나는 결코 그런 기사를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지 신문 '페어뱅크스 데일리 뉴스마이너'는 "유니버설픽쳐스가 알래스카 기자협회에 2만2250달러를 배상하기로 했다"며 "영화사가 마케팅을 위해 기사를 만들어냈음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알래스카 데일리 뉴스는 또 유니버설 대변인이 보낸 이메일을 공개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2006년 FBI가 연쇄살인범은 없다고 결론 내렸으나 실종 또는 사망자에 대한 불편한 감정은 여전하다"는 것이 전부였다.
- ▲ 외계인 납치사건 관련 실제 보도 기사라고 주장하는 신문 스크랩. 그러나 이런 신문 자체가 알래스카에 없었다./N.E.W 제공
이와 관련, 11일 이 영화 국내 홍보사에 문의했으나 여전히 "이 영화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는 답변과 함께 당시의 신문기사라는 기사 복사본 3건을 보여줬다. 그중 2건이 '페어뱅크스 데일리 뉴스'의 '케이트 리플' 기자가 쓴 것으로 이 영화의 내용을 일부 입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름의 신문 자체가 미국에 없었으며 비슷한 이름의 '페어뱅크스 데일리 뉴스마이너'는 있었다. 이 신문사의 크리스토퍼 에쉴리만 기자는 이날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케이트 리플이란 기자는 우리 신문에서 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영화의 마케팅을 책임지는 배급사 N.E.W측은 "유니버설 본사측에 몇 차례에 걸쳐 문의했으며 '영화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는 대답을 받았다"며 "미국에서도 아직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블레어 윗치'나 '파라노말 액티비티' 같은 모큐멘터리(mocumentary·다큐멘터리처럼 찍은 픽션영화)가 히트한 적은 있으나 '포스 카인드'처럼 거짓 사실로 관객을 우롱하려는 영화는 처음이다. 영화평론가 김영진 명지대 교수는 "모큐멘터리는 진짜라고 주장하지 않으면서 진짜 흉내를 내는 장르 영화인데 '포스 카인드'의 경우는 도를 넘어선 일종의 사기"라며 "마케팅 팽창의 시대가 낳은 기형아"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