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표정’ 역력 최근 1주일간 10여 차례의 각종 행사에 동원된 이승훈, 모태범, 이정수, 박승희(왼쪽부터)선수 등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8일 오전 서울시 주최 행사에서 피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만수기자
‘촬영에 인터뷰도 모자라 각종 행사 참여에 시축까지…. ’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의 영웅들이 귀국 후 연일 각종 행사에 동원되면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밴쿠버 영웅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정치인 홍보 행사를 비롯해 각종 방송프로그램 등에 불려다니며 연예인 같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괴롭다.

이에 따라 각종 체육계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 같은 ‘반짝 관심’은 어린 선수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밴쿠버 영웅들의 일정은 훈련만큼이나 벅찬 수준이다. 이들은 지난 2일 귀국 이후 8일 현재까지 거의 매일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각종 행사에 불려다니고 있다. 특히 지난 3일은 오전에 태릉선수촌 해단식, 낮 12시 청와대 오찬 등으로 이어지는 행사에 참석했다. 쇼트트랙 이정수 선수와 스피드스케이팅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선수는 이날 오후 KBS 창사 기념 생방송에 출연하고, 이어서 SBS TV 예능프로그램 녹화촬영도 해야 했다.

방송사들 간의 ‘올림픽 스타 모시기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방송사는 이들의 출연 계획이 불발에 그치기도 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8일 오전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선수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장관실로 초청하는 등 선수들은 이날 오전에만 2곳을 방문해야 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0밴쿠버올림픽 선수단 환영 국민대축제’는 올림픽 영웅들 동원의 절정을 이뤘다. 이날 행사는 방송3사가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정규방송을 취소해가며 경쟁적으로 생중계했으며, 아이들그룹과 걸그룹 등을 동원해 흥미 위주로 행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일반 시청자와 네티즌들의 거센 비판을 사고 있다. 선수단 환영행사는 KBS 1TV가 6.6%, SBS가 4.3%, MBC가 3.9%의 시청률을 보여 3사의 시청률을 합해도 14.8%에 불과했다.

각종 행사도 쇄도하고 있다.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선수는 지난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축구 시축행사에 참석했으며, 8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한 서울시 주최 서울시체육회 소속 선수 및 가족 초청행사에 참석해야 했다. 경기장에 있어야 할 선수들의 ‘과도한 동원’을 지켜보는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과거 많은 올림픽 스타들이 TV 출연 이후 경기장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박효종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국민적 성원이 있었고 감동이 컸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공식석상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지나치면 곤란하다”며 “우리 선수들을 아끼고 보호하는 배려, 일시적 관심보다는 근본적인 애정과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