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출연했다. 쇼트트랙 남자 5000m계주에서 은메달을 딴 한 선수에게 진행자들이 "(5000m계주에서) 막판에 두 팀을 따라잡았는데, 어디서 그런 괴력이 나왔느냐"고 물었다. 그 선수는 "마지막 바퀴를 네번째로 가면서…군대 가야 되는데, ○○이도 군대 가야 되는데…그게 컸어요"라고 했다. 군대 안 가려고 죽을 힘을 다했고, 그 덕분에 메달을 땄다는 얘기였다.

밴쿠버올림픽에서 병역 특례(特例) 대상이 된 선수는 모태범·이승훈·이정수·성시백·곽윤기·김성일 등 6명이다. 태릉선수촌에 따르면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은 국가대표는 2000년 이전까지 630명, 2000~2009년 145명이다. 병역 미필자 국가대표들 입장에선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3년간 선수 또는 코치로 복무하는 '병역 특례'가 연금(年金)이나 포상금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한다.

스포츠 분야의 병역 특례제도는 '문화 창달 및 국위 선양(宣揚)'을 목적으로 1973년 3월 도입됐다. 처음엔 '올림픽·세계선수권·유니버시아드·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3위 이상'이었던 기준이 1984년에 '올림픽 3위 이상, 세계선수권·유니버시아드·아시안게임 1위, 개인 종목 아시아 기록 수립'으로 바뀌었다. 1990년엔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로 그 문이 좁아졌고 그 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축구와 야구 등 인기 종목에 예외 규정이 생긴 적도 있다. 그때마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2002년 월드컵 때 '월드컵축구대회 16위 이상'을 병역 특례 대상에 포함하자 아시안게임을 앞둔 국가대표 선수들이 그해 8월 집단으로 훈련을 거부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열렸던 지난해 3월엔 대한체육회 홈페이지에 박용성 회장에게 보내는 편지가 올라왔다. '인기 종목은 16강, 4강만으로도 군대 면제가 되는 시점에 100개가 넘는 국가가 출전한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저희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까?' 2005년 세계복싱선수권에서 1986년 문성길 이후 19년 만에 금메달을 따냈던 이옥성이 올린 글이다. 종목마다 대표선수 선발에 다들 목을 매는 것은 태극 마크 때문만이 아니라 병역 혜택에 있다는 사실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군대 안 가려고 죽을 힘을 다한' 선수들을 우리는 '국가를 위해 큰일을 했다'고 자랑스러워 한다. 뭔가 잘못돼 있다. 그러나 여기서 이 해묵은 논쟁을 다시 이어갈 생각은 없다. 한 경제 연구소는 밴쿠버올림픽 성과는 경제 가치가 20조원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의 2%, YF쏘나타 승용차 85만대, 30만t급 유조선 150척을 수출한 것과 맞먹는 효과라고 한다. 국민 사기(士氣) 진작 효과만 3조3000억원이라고 하니 어쩌면 병역 특례가 국가 전체로 볼 때 이득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선수들도 병역 특례가 '군대 면제'가 아닌 '복무(服務)방식의 차별화'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병역 특례를 받은 선수는 자기 밥벌이에만 열중할 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게 도리다. 특례 규정도 올림픽·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아시아선수권 등 대회 비중과 입상(入賞) 성적에 따라 포인트를 매겨 누적 점수로 특례 대상자를 정하는 식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