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의 한 고교에서 교사가 한창 수업 중인데 학생들은 책상에 엎드려 있다. /정경렬 기자

인천 지역 고교 지리 교사 B씨는 "학교의 진학률도 높여야 하고 급박한 아이들 심정도 잘 아는데 (내 과목을 공부하길) 강요할 수 없지 않으냐"며 "교사는 자부심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인데, 아이들이 내 수업에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눈감아 줄 수밖에 없을 때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고교 한문 교사 C씨는 "수업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년 3학년 2학기에 한문 수업을 개설하겠다고 했더니, 학부모·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왔고 학교측도 노골적으로 말렸다. 입시 반영 비율이 높은 과목을 공부하기도 바쁜 마당에, 일부 소수 학생들만 선택하는 한문을 개설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C교사는 "모든 교육이 대입 중심으로 흐르면서 비수능 교과나 비중이 낮은 과목 교사들은 알아서 수업을 조절해 온 지 이미 오래됐다"며 "앞으로 한문이 수능 과목에서 다시 빠진다는 말도 있지만 크게 화도 안 난다"고 했다.
'교사들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에 대해 교사들은 "교육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라고 반박한다. 서울 지역의 고교 역사 교사 D씨는 "국·영·수 위주 교육만 하니 아이들이 기본적인 역사 용어조차 못 알아듣는다"며 "예컨대 고1이 '농번기(農繁期)'라는 말을 모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내신 비중 높여야
해결책은 무얼까. 전문가들은 "학교 공부를 골고루 한 학생이 대학도 잘 갈 수 있게 내신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조효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공동대표(은광여고 교사)는 "현재 내신 실질 반영률이 너무 낮아서 내신에 의해 입시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대학들이 전체적인 내신 반영비율을 높이고, 특히 국·영·수의 내신 반영률을 줄이는 대신 사회와 과학 과목의 내신 반영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과목에 대해서는 대학이 '필수 이수'를 요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지금은 한국사를 사회탐구 응시 과목으로 선택한 학생들만 수업을 듣지만, 주요 대학들이 한국사를 고교 과정에서 이수하는 것을 '필수 지원 자격 조건'으로 지정한다면 많은 학생들이 그 과목 수업을 이수할 뿐 아니라 수능 사회탐구 과목으로도 응시할 것"이라고 밝혔다.